러브크래프트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특정 장르의 기원이 되었다는 호평을 듣는 반면 그의 필력 자체는 그다지 볼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가볍게 특징을 짚고 넘어가자면 이러하다. 보통의 공포물은 공포의 기원을 밝혀 당위성을 얻는다. 외계에서 온 괴물이라던가,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라던가. 그리고 그들이 먹이사냥 혹은 복수 등의 사유를 가지고 공포의 주체가 된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선 공포 그 자체만 중요할 뿐 그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날 괴물인지 뭔지 모를 무언가가 산 채로 사람을 삼키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설명할 수 없는 광경에 놀라 집으로 도망쳐 문을 걸어잠그지만, 괴물은 분명 자신을 보았을 것이며 언젠가는 자신도 그렇게 죽을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환각증세에 시달리는, 그런 느낌인 것이다. 여기서 결국 공포에서 도망치기 위해 그 괴물이 있던 곳으로 찾아가 자신을 내어준다면 완벽한 러브크래프트식 전개 되시겠다.
하지만, 위의 예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젠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전개방식이다. 그 바리에이션도 꽤 다채롭게 나와있었고, 지금은 심지어 촌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다. 80~90년대 <환상특급>이나 <X파일>, 만화책으로는 이토 준지 등의 시리즈물이 유행할 때가 이 장르의 마지막 전성기 아니었을까.
<인형관의 살인>을 리뷰할 때 적었듯, 클래식이 클래식으로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장르를 개척했다는 것 이상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기엔 러브크래프트의 필력은 한참 부족했다. 단편집이라 의도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의 단편만 묶었을 수도 있겠지만, 책 한 권 12편의 단편을 읽는데도 너무 반복적인 소설의 전개에 지루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다른 소설들은 뭐가 나으려나 싶은 호기심도 생기지만, 서울도서관의 러브크래프트 관련 자료가 이 단편집 하나뿐이니 언젠가 먼 미래에 기회가 생기면 해결할 궁금증으로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