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목록

2018년 8월 30일 목요일

이게 그렇게 걸작이라던데 - <가메라 - 대괴수공중결전> (1995년작, 카네코 슈스케, 히구치 신지 감독/ 나카야마 시노부 주연)


개인적으로 특촬물엔 별 편견이 없지만, 가메라에는 편견이 있었다. 무녀 역할의 여자아이와 교감해서 강해지는, 지구를 지키는 대괴수 이야기라니 너무 저연령층의 느낌이 강하잖아. 

뭐, 영화는 편견 그대로다. 제일 걸작으로 분류되는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 중 1부. 영화는 제작비가 꽤 짜게 잡혔는지 본격적으로 괴수가 싸우는 장면이 별로 없다. 화면합성비용도 최대한 아낀 티가 타서, 괴수와 인간이 한 프레임에 잡히는 씬은 아마 거의 손으로 꼽을 정도일 듯? 

여기에 인간들은 쓸데없이 많은 등장인물과 분량에 비해 하는 일이 없다. 대사가 너무 작위적이라, 관객들에게 공감과 현장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영화 속의 인간들이 마네킹처럼 느껴져 버리니 가장 기본적인 드라마도 성립하질 못한다.

그렇다고 괴수들의 디자인이 흥미로운가 하면 그것도 아니니... 구작 특유의 싼내를 감출 수 있는 그 어떤 조미료도 없는 셈.

이게 왜 걸작으로 꼽히는걸까. 난 잘 모르겠다.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웠던 - <매드니스> (1995년작, 존 카펜터 감독/ 샘 닐 주연)


어린 시절의 영화 중엔 항상 이런 애매한 영화가 있다. 샘 닐이 극장에 앉아 웃고 있던 결말은 분명하게 기억나는데, 얘가 도대체 무슨 일을 겪고 극장에 앉아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 영화. 

지금 보니 그럴 만 했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모호한 스토리가 주는 위화감과 그를 뒷받침하는 미장센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애가 이걸 보고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겠지. 이걸 이해하지도 못할 어린 시절에 어떻게 15세 관람가의 영화를 봤냐고? 세상이 다 그런거지 당연한걸 물어보나.

거장 카펜터 옹의 영화에 부연설명을 길게 달 필요따위 없다. 하지만 팬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봤을 땐, 아무래도 조잡한 특수효과들이 눈에 걸리는 편. 특히 크리쳐들의 디자인은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압도할 수 있는 아우라가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실장석 시리즈


며칠간 참피물에 푹 빠져 살았다. 디씨에서 간혹 나도는 대표적인 실장석 만화 혹은 짤방정도만 슬쩍 본 입장에서는 이게 왜 그렇게 대유행을 타고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직접 보니 이건 대단했다. 신체적인 특징부터 생활사까지 모든 것이 흥미롭다. 꼼꼼한 설정에서 우러나는 흡인력도 굉장하다. 이 매혹적인 천일야화를 거친 뒤에는, 마치 세상의 어딘가엔 녹색의 인형괴물이 있어, 공원에 골판지 둥지를 틀고, 인간들에게 비웃음 섞인 애교를 떨다 적녹의 체액을 뿜으며 죽어가고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건 어지간한 크리쳐물은 따라하지도 못한 실재감이다. 저 먼 우주 어딘가에, 저 바다 밑 어딘가엔 어쩌면... 하고 느끼게 만든 크리쳐가 얼마나 있던가? 심지어 실장석은 인간과 아주 밀접하게 관계하면서도, 모든 설정들이 인간의 눈에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데도 그런 감각을 잃지 않는다. 그 와중에 인간과 닮았다던가, 혹은 인간으로 변장했다던가 하는 밋밋한 설정과는 거리가 먼, 아주 흥미롭고 개성적인 모습까지 겸비했다.

명불허전, 십 년 전의 똥을 먹고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맛있어. 운치 우마우마해.




2018년 8월 20일 월요일

더러운 동양 열등종 한남충은 모조리 가스실에 쳐박아야 한다 - <스타워즈 에피소트8 - 더 라스트 제다이> (2017년작, 라이언 존슨 감독/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주연)


아름답고 섹시한 백인 여성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유전자이다. 불쾌한 XY유전자를 달고 더러운 생식기를 덜렁거리며 총칼과 강간으로 백인 여성들을 겁박해온 기득권 백인 남성놈들은 마땅히 고통스럽게 죽어야만 한다.

하지만 혐오스러운 깜둥이들의 크기만 큰 생식기 또한 처벌의 대상을 피해갈 순 없으며, 그 벌로 같은 여성으로 인정할 수조차 없는 못생기고 비만한 열등유전자 노란 동양원숭이 암컷과의 교미형을 내린다.

이제 모든 더러움을 털어내고 우월한 백인 여성 유전자만이 이끌게 된 세계 최고의 페미니즘 프랜차이즈, <스타워즈>의 미래에 영광 있으라!







2018년 8월 19일 일요일

내 작은 친구는 실망했습니다 - <디스토피아의 약탈자> (2017년 스팀 출시, oneone1개발/ sakuragames 배급)


<다크 엘프 히스토리아>(이하 <다크 엘프>)에 이은 두 번째 스팀산 oneone1야겜이다. <다크 엘프>는 두 말 할 것 없는 갓겜이었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는 않다. 몬스터 디자인과 떡씬, 전투시의 컷인떡씬들은 재탕된것들이 많고, 그나마도 <다크 엘프>쪽이 압도적으로 다양했다. 꼴릿하고 골때리는 시츄에이션들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 개인적인 취향으론 여주인공의 더빙된 목소리도 별로.

아무래도 <다크 엘프>의 주인공은 인간처럼 생겼지만 어쨋든 인간은 아닌고로 인간 주인공인 이번 작품보다 시도해볼만한 거리가 더 많았던 거겠지. 그래도 한 번쯤 벌떡하는 무언가가 있을거라 기대하고 게임을 끝까지 달렸으나 그런 거 없었다.

<다크 엘프>의 플탐이 6시간 이상이었던 것에 비해 이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2.5시간 미만. 호평할 거리라고는 그래도 기본은 하는 퀄리티와 어쨋든 여주의 목소리만큼은 풀더빙이라는 점, 그리고 막 진행해도 분기만 다를 뿐 엔딩에는 도달한다는 oneone1게임 특유의 친절함 정도뿐.



기본은 한다 - <인시디어스4> (2018년작, 애덤 로비텔 감독/ 린 샤에 주연)


꾸역꾸역 나오는 시리즈. 연출의 긴장감은 상당하지만, 스토리는 부실하다. 새로운 크리쳐인 키페이스는 꽤 인상적으로 등장하나 내용물이 별볼일없다. 열쇠를 사람 몸에 박아서 자물쇠처럼 열고 닫는다는 설정은 오히려 <동경잔혹경찰>쪽에서 봤던 게 더 임팩트 있었던 기억. 

제일 깨는 부분은 귀신의 물리공격. 잘 조성된 긴장감에 점프 스케어로 튀어나온 악마가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무려 주먹으로 사람을 때리는 행위다. 서양인의 눈에는 아무리 인외의 존재라도 자신들의 합리주의를 벗어날 수는 없는 모양인 듯. 물론 펀치력은 좋아서 맞은 사람이 슝 날아 벽에 쳐박힌다. 장 클로드 반담같은 악마인걸.

가족주의와 신파의 요소가 살짝 유치해보일 정도로 부각되는 것도 감점 포인트. 가족과 함께라면 너 따윈 두렵지 않아 빔으로 끝나는 결말부를 보면 맥이 빠진다. 

위의 문제들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공포와 유머가 잘 섞인 괜찮은 킬링타임 영화다. 기본기는 충실한 시리즈인만큼 이 정도 퀄리티로만 쭉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YEE)



2018년 8월 18일 토요일

47미터 다운 (2017년작, 요하네스 로버츠 감독/ 맨디 무어, 클레어 홀트 주연)



영화는 저예산 샤크무비. 샤크 케이지 관광으로 상어구경을 갔다가 줄이 끊기면서 케이지째로 추락한 두 여자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다만 상어가 아니라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는 수심 47미터 바닷속의 스트레스가 메인이다. <그래비티>를 떠오르게 하는 연출들의 효과는 꽤 먹어준다. 카메라와 배우의 위치관계를 제대로 파악할수조차 없는 화면들은 관객마저 시커먼 바다 밑으로 끌고 들어간다. 어디서 비추는지도 모를 라이트를 쫓아 거대한 바닷속 절벽을 횡단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하지만 정작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킬 상어에 대한 표현은 좀 아쉽다. 부실한 케이지, 이런저런 이유로 다친 주인공이 흘리는 피, 무전 거리가 닿지 않는다던가, 산소가 부족하다던가의 이유로 그나마 안전한 케이지를 자꾸 벗어나야 하는 상황 등에서 상어는 오로지 '있을 지도 모른다'의 공포를 주는 데 그친다. 상어 때문에 충분히 더 일이 꼬이고 긴장감이 배가될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거기에서 만족하는 듯하다. 

개인적인 감상은 호평에 가깝다. 혹자는 역시 상어 지분의 부족으로 인한 느린 호흡을 지적하지만, 또 그 느린 호흡 특유의 불안감이 살아있는 영화다. 아쉬운 건 각본가도 어찌 끝내야할 지 모르겠는 채로 매듭지은 것 같은 결말 정도. 

*물 속에서 무전기를 쓰는 등 고증이 좀 나쁘다는 평이 있지만, 당장 스쿠버다이빙을 안해본 내 입장에선 영화 내내 체감되는 단점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전 없었으면 재미없었을 것 같은데.



A컵 가슴에 F컵 브래지어 - <킬 커맨드> (2016년작, 스티브 고메즈 감독/ 바네사 커비, 투레 린드하르트 주연)


하고싶은 말이 단순한 저예산 영화일수록 단점이 명확하고 글을 길게 늘일 필요도 없다. 이 영화도 그러하다.

해병 훈련 목적의 로봇들이 자가학습으로 자아를 가지게 되면서 해병대원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B급 공포영화의 스토리로서 매우 심플하고 매력적이다. 그래픽은 저예산답지 않게 굉장히 섬세하다. 하지만 한정된 수의 인물들이 아마도 예산상 한정된 숫자의 로봇들에게 쫓기는 이야기를 전개하기엔 너무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다.

해병대원은 훈련장의 야산에서부터 쫓기기 시작하여 로봇 창고를 거쳐 각종 화기/차량 실험용 대형 세트장까지 쫓긴다. 이 중 한 곳만 선택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건물이 좁고 아기자기했던 로봇 창고를 메인으로 잡아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총 등장인물이 10명 남짓밖에 안 되는 영화에서 대형 세트장이나 고지전 표현이 잘 될 리가 없다. 해병은 계속 죽어나가고 배경은 넓은 그대로이니 화면이 급속도로 휑해진다.

욕심으로 넘쳤고, 욕심을 부릴 만한 잠재력도 있었지만, 역시 과욕이었던 영화.




2018년 8월 17일 금요일

추억강간 -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2018년작,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주연)


쥬라기 월드에서 정말 실망했기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지금 보니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간혹 다른 리뷰에서 보면 화산폭발 이후 대저택으로 무대가 옮겨지는 시점에서 맥이 한 번 끊기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편집 자체가 영화 내내 균일하게 짧은 호흡을 유지해서 딱히 그런 문제를 느끼지는 못했다.

영화가 재미없고 산만한 이유를 나는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째는 위에도 언급한 짧은 호흡이다. 지루함을 없애려는 수였겠지만, 덕분에 영화 내에서 설명되어야 했던 수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전개가 설득력을 잃어버린다. 이를테면 주인공 일행을 속이고 폭발하는 섬에서 구해낸 공룡들을 경매에 부쳐 버리는데, 경매의 목적성이 단순히 악독한 부자들의 돈놀음인지, 전쟁광들의 공룡 무기화 전략인지 워낙 설명이 부실하다 보니 막상 그 장면이 되면 실소가 터져버린다. 이자벨라 서먼이 연기한 꼬맹이와 공룡의 공통점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엄청나게 부실해서, 이자벨라가 작중 현세의 공룡들에게 공감하고 결말부에서 일을 벌이는 부분이 관객에게 아무런 카타르시스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둘째는 통일되지 않은 주제의식이다. 가장 걸작으로 기억되는 <쥬라기 공원> 1편을 보자.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생명체를 제어할 수 있는가'의 질문을 가지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룹과 회의적으로 보는 그룹이 정확히 나눠지며,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건의 진행을 바라보며 관객과 함께 사고관을 확립하는 샘 닐의 캐릭터가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 주제를 해치는 다른 질문은 전혀 없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죽이려 들지도 않고, 공룡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다니 동물의 권리가 어쩌구저쩌구 하는 해괴한,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충분히 있을 법한 다른 윤리적 갈등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폴른 킹덤>은 어떤가. 누군 공룡을 병기로 쓴다고 게거품을 무는 중이고, 누군 팔아서 돈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으며, 누군 공룡도 만들었는데 다른 괴물도 만들자고 빼액거리고, 누군 자기와 공룡은 본질적으로 같으니 까짓거 사람사는곳에 공룡 몇마리 풀어놔도 별 상관 없댄다. 그래, 전부 생각해볼만한 문제긴 하지. 근데 관객은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외에도 온갖 작위적인 설정부터 오마주의 탈을 쓰고 전작의 답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이한 연출 등 깔 게 수없이 많다만, 위의 두 가지만으로도 영화를 쓰레기라고 못박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래도 12억 달러씩이나 쳐벌어먹은 대형 프랜차이즈니까 또 찍겠지. 내 추억 속의 걸작이 돈지랄 생쇼에 벌써 4번째 강간당하는 중이다. 어릴 적 좋아했던 여배우가 나이들어 추한 모습으로 싸구려 포르노에 나와 매니큐어에 비즈까지 떡칠한, 니코틴에 찌든 손톱으로 지 똥구멍을 피스팅하는 걸 보면 이런 느낌일까.

p.s. 마지막 인도미너스 랩터 추락씬을 강조한답시고 다각도에서 찍어 여러번 보여주는 연출은 정말 끝내주게 웃겼다. 80년대 홍콩 액션에서나 나올법한걸 여기서 보다니.


(영화는 딱 이런 느낌.)

(Capitalism Whore!)

2018년 8월 16일 목요일

찬양하라 - <몬무스 퀘스트> (2011년작, 동인게임)


차마 본 게임에서 올릴만한 대표 일러스트를 찾지 못해 애니메이션판의 일러스트를 게시한다.

게임은 남성의 정액을 주식으로 삼는 온갖 인외들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일(?)을 벌이는 로드무비 형식. 수십시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엄청난 볼륨과, 의외로 흡인력 있는 스토리, RPG본연의 재미, 수백 종의 몬스터들과 하나하나 개성적인 떡씬까지 이쪽 계열 이상성욕자들의 정수가 담겨 있다.

이 게임의 문제점은 단 한 가지뿐이다. 게임에 몰입당한 채 인어, 하피, 세이렌, 천사들은 물론 발정난 황소, 번식기의 사마귀, 파리, 여왕벌과 여왕개미, 온갖 절지류, 어패류를 넘어 버섯의 균사 혹은 꽃의 암술까지 계문강목과속종을 넘나드는 질펀한 섹스여행을 끝마치고 나면 더 이상 일반적인 방법으론 만족할 수 없게 된다는 것.

며칠 뒤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달래려 눈을 시뻘겋게 뜨고 monster girl 태그를 뒤적이다 익숙한 그림체를 만나 게임의 여운에 '젖어버리는' 것 까지가 이 이상성욕의 마스터피스를 즐겨버린 당신의 업보이지 않을까.


(몬스터에게 패배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

(패배 후 여신에게 매도당하는 것마저도 하나의 즐거움)





2018년 8월 11일 토요일

게임은 유튜브에디션이 있어요 - <창세기전2,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1996년작, 1998년작, 소프트맥스)


게임의 스토리는 분명 호평받을 자격이 있지만, 난 srpg가 싫다.

자동조종모드가 있다손 쳐도 초반 아직 게임시스템에 익숙하지도 않을 무렵 열댓마리나 되는 캐릭터를 하나하나 조종해가면서 인터넷창엔 마법주문표 띄워놓고 커맨드 하나 누를때마다 알트탭을 몇 번씩 왕복해야되는게 게임이야....?

이 게임 특유의 복잡한 시스템은 차치하고서라도 srpg의 느릿느릿한 전투 자체도 맘에 안 든다.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에서 전투가 이정도로 느려터지면 맥이 뚝뚝 끊기는게 당연지사 아닌가. 게다가 srpg의 특징은 무려 공략을 펼쳐놓고 해도 시원하지가 않다는거;

갑갑해서 죽기 직전, 차라리 이럴거면 그냥 유튜브 플레이영상이나 보고 치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정답이었다. 쓸데없는 장면 편집하고 딱 스토리만 보여주는데 이렇게 시원할수가 없네. 재밌구만. 그래 이게 게임이지.

스토리류 RPG에 쓸데없이 복잡한 퍼즐, 오래 걸리는 전투, 괜히 네비시스템 개떡같이 넣어서 길헤매게 만들기 3가지는 절대로 들어있어서는 안될 쓰레기다. 볼륨을 늘리고 싶으면 서브퀘스트를, 특이취향 유저들을 붙잡고 싶으면 야리코미를 넣자. 숨겨진 고난이도 던전이라던가. 좋잖아.

22년전 게임에 이것저것 클레임 걸어봐야 뭐하겠냐마는.


짬통행 특급열차 - <아메리칸 허슬> (2013년작,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크리스찬 베일, 브래들리 쿠퍼 주연)


승진에 눈먼 경찰, 그런 경찰에 이용당하는 사기꾼과 그 연인,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사기꾼의 마누라, 사람 자체는 선량하지만 함정수사에 걸려드는 정치인.

영화의 캐릭터는 다채롭고, 전개는 밀도가 높으며 속도감이 살아있다. 정치인 하나를 엮었으니 더 많은 놈들을 엮어보자는 경찰의 욕심 끝에 초거물 정치인과 마피아가 걸려들어 함정수사 전반이 살얼음판이 되고, 그에 맞춰 작전스케일을 키우려니 인력과 자금이 둘 다 따라주질 않으며 와중에 단순히 고위층을 만난다는 것에 신이 나 아무 말이나 내뱉는 마누라와 수습하지도 못할 일을 벌려대는 경찰이 쌍으로 트롤링을 벌인다. 결말부 직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눈을 떼지 못 할 정도로 흥미로우며 긴장감이 넘친다.

하지만 정작 결말이 미지근하다. 트롤러들을 싹 처단하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느와르의 색이 짙은 새드엔딩도 못 된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 단 한 명만이 완전한 결말을 맞이하며, 나머지는 갈등요소를 다 해결하지도 못한 채 무려 '코미디'로 얼버무려진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조차 안 나올 지경이다. 막판에 와서 이게 뭐야 대체. 아아 그래. 이건 스까듶밥의 맛이다. 양푼에 이것저것 패대기쳐 넣고 쓱쓱 비벼다가 옆에 아저씨가 한번 줍줍 빨아먹은 숟가락으로 한 입 크게 떠먹으면, 처음에는 맛있나 싶다가 목넘김 즈음에 갑자기 올라오는 역한 짬냄새에 눈물을 머금고 식당을 뛰쳐나가는 바로 그런 맛 말이다.


2018년 8월 6일 월요일

직관성과 긴장감의 상관관계 - <미션 임파서블6 - 폴아웃> (2018년작,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톰 크루즈 주연)


개인적으로 가장 잘 만든 순수 액션 영화를 꼽으라면 <다이하드> 초기 시리즈를 꼽겠다. 주인공이 고생할 때의 긴장감만큼 결말부에서의 카타르시스가 증폭된다는 것을 다이하드 초기의 각본들은 정말 영리하게 써먹었다. 

<다이하드>는 오랜 공백 끝에 4로 돌아오면서 변질됐다. 주인공은 훨씬 더 큰 스케일에서 고생하지만 카타르시스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때쯤 나온 영화인 <터미네이터3>도 전작들에 비해 카타르시스가 없다. 딱 저쯤을 과도기로 액션영화들이 전부 맥아리가 없어졌다. 

왜 그럴까. 나는 이유를 직관성에서 찾는다. 모든 액션영화의 위기는 직관적이어야 한다. 핸드헬드의 흔들림과 잦은 화면전환은 이 직관성을 해친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관객에게 충분히 설명되어야 하고, 또 화면 안에서 실시간으로 관객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다이하드2>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테러범들이 해방시키려는 범죄자의 수송선을 포착하지만 타이밍이 늦어 증원된 테러범들의 총격을 피해 수송선의 조종실로 엄폐한다. 화면은 수송선 밖을 둘러싼 테러범들로 조종실이 완전 밀실임을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주인공에게 퍼부어지는 수많은 총격으로 그 동안의 심심함을 잡아내며 마무리로 조종실에 수류탄을 까넣는다. 총격을 피해 엎드려있던 주인공의 옆으로 핀이 뽑혀나간 수류탄들이 몇 개씩 떨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줬을 때, 관객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왜? 거긴 밀실이고, 핀이 뽑힌 수류탄이 떨어졌다는 건 몇 초 뒤 대폭발이 일어날거라는 이야기니까. 이게 직관성의 의미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아쉽지만 '요즘 액션영화'다. 엄청난 찬사를 받고 있다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다시 예를 들어 마지막 헬리콥터 추격씬을 보자. 주인공이 반대편 헬기에 타고 있는 테러범의 폭파스위치를 빼앗아야 하는 상황. 잦은 화면전환으로 폭탄의 카운트를 보여주는 것이 위기감을 직관적으로 나타내지 못한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폭탄의 카운트를 동시에 보여줄 만한 어떤 매개체를 찾았어야 했다. 핀이 뽑힌 수류탄처럼. 역시 헬기 내/외를 전환하는 고공 추격씬은 정확히 헬기가 어디를 날고 있는지조차 관객에게 전달하지 못하며, 주인공이 상대의 헬기에 화물을 떨어트리는 것을 실패한 다음부터는 추돌사고를 내서라도 상대 헬기를 추락시키려는 내용으로 이어지는데, 주인공이 어떻게 추돌하려 달려들고, 테러범이 어떻게 요리조리 피하다 결국 들이받히는지 관객이 따라갈만한 설명이 없다. 직관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도 없다.

그래도 다니엘 크레이그 이후의 007시리즈와는 달리 플롯만은 난잡하지 않고 깔끔하다. 요즘의 영화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2018년 8월 3일 금요일

그만 웃기고 똑바로 앉아 - <황금의 태양> (2001년작, 닌텐도 발매/ 카멜롯 개발)


gba게임이라 그런가. 해상도가 무척 나쁘다. 얼굴만 화면을 가득히 채우는 일러스트는 솔직히 좀 부담스럽다. 아무리 마을 내의 모든 사람과 대화를 해봐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왜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각본이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거기에 주인공의 실책으로 세계멸망 스위치가 켜진 시점에서조차 전혀 진지하지 않고 주요한 장면에서도 시덥잖은 유머나 툭툭 던지는 꼬라지는 그야말로 인지부조화가 올 지경. 예를 들면 멸망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신이 내리는 계시조차 어설프게 코미디를 하려 든다. 이러면 당장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큰일인지, 큰일은 커녕 웃어야 되는 상황인지부터가 모호해져 버리는데.

01년이면 말이지. 파이널 판타지9가 나오고도 1년이 더 흐른 시점이다. 플레이어를 몰입시킬 스토리텔링과 플레이하면서 불편하지 않을 수많은 맵/레벨디자인까지 이미 정립되어 있던 시절이라는 뜻이다. 이 따위 산만한 각본은 새천년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다른 모든 점을 휴대기기용 게임의 기술적 한계라고 봐주더라도 각본만은 용서할 수 없다. 주와 부를 좀 구분하자. 개의 몸통이 꼬리를 흔들어야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왝 더 독>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어릴 적 친할머니께서 앓아누우셨기에 가족단위로 문병을 갔지만, 나는 심심하다는 이유로 친가의 골방에 쳐박혀서 저 영화를 보고있었다. 아무리 철없을 시절이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몸통이 떨어져라 흔들어댔었구만. 아니지, 저건 그냥 개새낀가.


 (두유노 '빌리비노'? '코리마'랑 관계가 깊은 town??)

(예/아니오. 어쩌라고) 

(마을 사람들이 전부 나무로 변한 그로테스크한 상황에도, 게임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아니, 유머를 잃지 못한다.)

(*나는 코리마 마을 진행 중 게임을 때려쳤다.)

2018년 8월 1일 수요일

솔직히 너도 꼴리잖아 안그래? - <노예와의 생활 -Teaching Feeling-> (2015년작, FreakilyCharming 배급/ Ray-Kbys제작)

http://m.hankookilbo.com/News/Read/201605191563163465

...? 
당신은 흉터투성이의 13세 여자애를 노예로 삼아 의존증 환자로 만든 뒤 강간하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으십니까?

답은 씨발 당연히 YES
라고 말하면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살해당할테니 절대 이런 겜에 손대지 말자.

개인적으로 범행은 커녕 여자한테 말 붙여볼 용기도 없어서 야겜 야동이나 보고 자위하는 찐따히키모쏠아싸들 아무리 개패듯 패봐야 범죄율이 미동이라도 할까 의문이다만, 뭐 윗분들이 다 그렇다고 결론 내고 행하시는 데엔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몇 가지 논문을 읽어보면, 성범죄자가 일반인보다 야동을 더 많이 보는 '방향성'이 존재하고, 야동이 성 범죄를 일으키는지 혹은 성범죄자가 과다한 성욕 때문에 야동을 더 많이 보는지의 선행성은 밝혀지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 변인통제가 안 되는거겠지. 야동을 아예 못 보게 한 성범죄자는 성범죄를 저지를까 같은.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성범죄자가 아니자너. 

그럼 차라리 이런 건 어떨까, 일단 성범죄자가 일반인보다 성욕이 강하다는 건 인지되었으니 성욕을 강화시키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일단 남성호르몬을 과분비하게 만드는 헬스산업부터 정의의 철퇴로 뚝배기를 부숴버리자. 몸이 왜 그리 좋으시죠 이 더러운 성범죄자 새끼. 그 팔뚝으로 누구 똥구멍을 피스팅하려고?

아니면 성욕에 호르몬 외의 다른 원인이 있는가? 혹은 성욕의 정도와 관계없이 야동으로만 유발되는 성범죄에 관련된 무언가가 있는가? 아쉽게도 논문검색 사이트의 내 계정이 만료되었기에 이 이상은 알아볼 수가 없다. 

혹시나 길을 가다 이 글을 본 아동성범죄 예정자분이 계시다면, 최소한 몇 달 이상 금욕한 다음 범죄를 재고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말해주세요. 아동음란물을 끊었던 기간이 범죄를 늦추거나 막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이 사회는 언제나 여러분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논문: 아동음란물과 성범죄의 상관관계 연구, 법무부 윤정숙, 2012년)






신규 쓰레기

노스텔지어, 그보다는 조금 더. - <에보랜드2>(2015년작, 시로게임즈)

모종의 미래기관에서 파견된 주인공,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채 여주인공의 집에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는데... 양키들이 jrpg감성을 따라하면 똥겜이 나온다. 차별이네 뭐네 하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회로 자체가 다른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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