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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9일 월요일

PC고 뭐고 끝내주게 쿨한 영화잖아 -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2018년작, 피터 램지 등 감독/ 제이크 존슨 등 주연)


우연히 스파이더 맨의 능력을 얻은 주인공. 하지만 뉴욕에 원래 존재했던 스파이더 맨이 주인공의 눈 앞에서 사망해버리고, 빌런 킹핀이 차원실험 중 열어놓은 포탈때문에 수많은 평행우주의 스파이더맨들이 주인공의 세계로 집결하게 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는 동시에 킹핀의 음모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요즘 좆같은 PC질이 너무 많았다. 주인공이 흑인이고, 여주인공이 백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예전에는 없었던 거부감이 극한까지 치솟는다. 연출이 초반부터 굉장한 흡인력을 가지고 몰아치지 않았다면 아마 그자리에서 쌍욕을 퍼붓고 영화를 꺼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초반의 추진력을 조금도 잃지 않고 현란한 가속과 급선회를 반복하며 결말까지 그대로 몰아친다. 간만에 영화를 보며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우선, PC를 전제로 깔고감에도 과함이 없고 오히려 쿨하다. 여주인공 포지션의 스파이더 그웬은 그 어떤 남자보다도 담대한 알파걸이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이고, 마초성을 잃어버린 이세계 피터 파커는 자신의 그런 면에 고뇌하면서도 또한 그 때문에 멋지다. 흑인 주인공은 굳이 흑인으로서의 피해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소모되지 않는다. 즉, 관객이 주인공을 '흑인'이 아닌 '개인'으로 보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거기에 자칫 과도한 페미니즘을 연상시켜 반감이 들게 만들기 십상인 '강한 여성'캐릭터들도 하나같이 성공 일변도다. 극 초반 '여성' 닥터 옥토퍼스의 등장은 최고의 빌런 등장씬 중 하나로 손색이 없는 수준.

성공적인 정치적 올바름은 사실 영화의 완성도와는 관계가 없으니 차치하고서라도, 그 외의 장점은 너무 많아서 전부 적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수없이 다룬 스파이더맨의 성장기를 또 한번 신선하게 변주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래피티를 연상케 하는 현란한 미장센은 화면만으로 관객을 휘어잡고, 적절한 완급조절, 매력적인 캐릭터, 타율 높은 유머까지.

더 바랄 것이 없는 영화. 이런 소재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보도록 하자.

앗 아아... '갓띵작'

Suddenly, LGBT atmosphere.... - <곤 홈> (2013년작, fullbright)


어느 날 집에 돌아와보니 가족들이 전부 사라지고 그저 빈 집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집에 들어가 보니, 자신이 없는 동안 여동생이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이런저런 조사를 해놓은 듯한 노트들과 일기들. 과연 주인공이 없던 동안 집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두운 밤, 밖에는 쏟아지는 비, 듬성듬성 불이 켜지지 않은 집안에서 홀로 단서들을 찾는 과정은 그 어떤 공포요소가 없어도 충분히 공포스러운....데, 게이머들이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을 때쯤 갑자기 게임이 LGBT로 급선회한다. 여동생의 일기를 몇 장쯤 찾아내어 읽다 보니 얘가 사실 레즈비언이었던 것. 그렇다고 뭐 레즈비언임을 부모님께 들켜서 기괴한 사건이 일어났다던가, 마을 주민들이 극보수주의자들이라 집안에 뭔 일을 저질렀다던가 한 것도 아니다. 게임은 주인공 여동생의 레즈 연애 일기를 하나씩 찾아 읽어보는 워킹시뮬레이터다. 

집안의 음산한 분위기와 군데군데 떨어져있는 오컬트 요소들조차 사실 레즈비언 연애의 부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아갈 때면 뒤통수가 그냥 빠개질 듯이 아파온다. 말그대로 갑자기 분위기 LGBT.

어쩐지 평론가 평점은 더럽게 높은데 유저평점은 허벌창이 났더라. 사실 공포물의 분위기에 소프트 레즈비언 멜로요소를 끼워넣은 건 맨날 게임만 붙잡고 있던 평론가들에겐 의외로 참신한 요소였겠지.

난 솔직히 사람들이 레즈비언을 하던 게이를 하던 바이섹슈얼이던 성전환이던 별 상관은 하지 않는다. 근데 그걸 뜬금없이 눈앞에 들이미는건 또 다른 이야기거든. 레즈비언들도 인터넷 사이트 클릭했는데 낚시짤로 후장섹스 미트스핀 튀어나오면 기분나쁠거잖아...? 나도 이 게임을 하면서 딱 그런 마음이었다.





(언냐....)

소문난 씹덕새끼들만의 잔치 - <어벤저스 : 엔드 게임> (루소 형제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주연)


몇 번을 길게 썼다가 전부 지웠다. 나무위키만 들어가도 혹평이 논문 수준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내가 똑같은 말을 더 적는다고 의미가 있을까. 적혀있는 모든 혹평에 동의한다. 편집은 엉망이고, 임팩트는 없으며, 쓸데없는 PC는 개연성을 해치고, 의미있는 스토리를 만들기보단 지금껏 꾸려온 캐릭터들만 잔뜩 내보내서 팬들의 티켓파워를 노리는 씹덕스러운 작품이다. 

재밌는 점은, 남자 캐릭터들이 전부 근육 혹은 힘을 잃는다는 것.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완전히 무너진 늙은이의 몸으로 등장하며, 토르는 지방만 뒤룩뒤룩 낀 돼지가 되었다. 헐크는 크기표현도 작아지고, 더 이상 괴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캡틴 아메리카는 마지막에 힘을 전부 잃은 노인이 되는 결말.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타노스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근육/근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영화 내에 팽배한 PC주의의 뉘앙스를 생각하면 남성우월주의의 근본인 마초성을 상징하는 '근육'을 제거해버림으로써 페미니즘적인 주장을 하려던 게 아닐까.

사실 내가 빨던 까던 볼 사람은 이미 다 봤고, 또 볼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슈퍼히어로 장르는 망했다는 것. 다크 나이트가 흥했고, 지금까지 빨리는 이유는 사색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물은 태생이 유치뽕짝이고, 캐릭터딸딸이 산업이다. 여기에 대중성을 더해줬던 것이 사색적인 스토리의 깊이였고, 덕분에 슈퍼히어로와 빌런 모두의 입체적인 면이 부각되며 팬이 늘어난 것인데, 그 마무리는 그저 우주를 파괴하려는 근육질 빡대가리새끼 vs 존나 많아서 한새끼씩 찍어주기만 해도 전투씬이 끝나버리는 쭉쭉빵빵 울끈불끈 히어로쨩들의 삐까번쩍 눈뽕극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팬들은 여전히 영화를 본다. 이미 캐릭터의 팬이니까. 좆구린 개연성도 과대해석으로 커버쳐주는 글들이 널리고 널렸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거대한 개씹덕 팬층을 확보한 것이다. 

조금 작고 동떨어진 사회였던 일본의 경우를 보자. 굉장한 상상력으로 한때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일본의 애니메이션들도 같은 길을 겪었다.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씹덕 팬층이 확보되었고, 제작사에서 개똥을 싸도 캐릭터들만 좀 뽑히면 개돼지새끼들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물고 빨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충성스러운 개돼지새끼들은 구매력도 높아서 기업들의 꿈이자 희망이었던 원소스 멀티유즈도 가능케 만들어주었으며, 제작사의 똥에 대한 혹평도 알아서 여론전으로 밀어내고 거대한 팬 실드를 형성했다. 똥을 싸던 걸작을 만들던 계속 빨아주는 새끼들이 있으니 제작사는 지속적으로 똥을 쌌다. 개돼지들 중 몇몇이 떠나가긴 했지만, 까짓거 떠나간 놈들 머릿수만큼 제작비를 줄여서 더 좆같은 똥을 싸면 그만이다. 그리고 지금 쪽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보라. 작품성은 씹창이 나서 제대로 된 프레임조차 안나오는, 말 그대로 플래시 애니메이션 수준의 물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원소스 멀티유즈랍시고 좆병신같은 코스프레 영화가 나돌고 있다. 그리고 이걸 빨고 앉아있는 병신들을 씹덕새끼라고 혐오하는 문화가 정착했다. 

히어로 영화도 마찬가지다. 마블의 영화는 사색을 잃었다. 생물의 반이 죽고, 인류는 타노스의 계획처럼 번영하기보다는 쇠퇴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며, 이에 분개한 타노스는 그냥 우주를 부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겠다고 악을 쓴다. 결국 타노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일말의 당위성도 얻지 못한 채로, 그냥 힘만 존나 쎄고 강한 평면적인 빌런에 머무는 것이다. 빌런부터가 그따위니 영화에 활력이 남아있을 리가 있겠는가. 존나 쎈 히어로들이 날라차기를 하고 레이져빔을 쏘고 시뻘건 염력 에네르기파에 번개마법을 마구 시전하면 한참동안 얻어쳐맞던 타노스가 결국 우어억 하고 쓰러져 죽는다. 지금은 이런 소리를 해 봐야 '아닌데? 존나 재밌고 감동적인데?' '캡틴쨩 사랑찾는거 내맴찢 ㅠㅠ 지구뿌셔 6.9한냄소추뿌셔'같은 같잖은 실드질만 나오겠지. 그리고 이게 계속되면 결국 영화판도 한순간에 오타쿠판으로 씹창이 날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뭐시기 유니버스, 뭐시기 히어로들 존나게 튀어나올텐데 하 씨발 상상만 해도 좆같음을 참을 길이 없다. 


2019년 4월 26일 금요일

누구도 가지 않은 길(?) - <라이프피오디> (1993년작, 론 실버 감독/ 론 실버 주연)


우주선에서 의문의 폭발이 일어나고, 구명정에 오른 몇 명의 승객들을 제외한 전원이 본함의 폭발과 함께 사망한다. 겨우 살았다고 안도하지만, 폭발압에 의해 본함의 원 궤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 나온데다, 설상가상 구명정 내 연락장치까지 망가진 상황. 고압배선의 고장으로 격리되어버린 조종사는 방사선차폐막 오류로 서서히 죽어가고, 평상시 관리소홀로 비상식량과 식수도 부족한 상태. 생존자들은 구조될 수 있을 것인가.

대단한 영화다. imdb를 포함 인터넷의 그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기 힘들다. 어지간한 B급 영화들은 매니아층에게 몇 번은 다뤄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서양 웹사이트를 뒤적여 봐도 '어릴 적 비디오대여점에서 보았다'정도의 증언만 간간이 보일 뿐. 물론 나도 생판 처음 보는 영화지만, 갑자기 다른 곳도 아니고 넷플릭스에 떡하니, 추천영화로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매력적인 설정이라니, 한 번쯤 손이 가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영화는 히치콕의 1944년작 <구명보트>를 우주 배경으로 재해석한 물건이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는 생존자들은 밀실 심리스릴러를 구성하며, 막막한 우주공간에서 어떻게든 생존을 모색하는 주인공들은 굉장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기자 출신 생존자의 카메라에 남겨진 영상들로 폭발의 진위를 추리하는 이야기는 의외의 지적 유희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생각보다 훨씬 나쁘지 않은 영화다. 

하지만 역시 아쉬운 건 아쉽다. 93년작임을 감안해도 20년은 뒤떨어진 특수효과와 소품들이 그랬고, 여러 사건들의 진상이 밝혀지는 타이밍도 서로 어긋나면서 엔딩을 밋밋하게 만들어버렸다. 추리소설로 예를 들자면, 긴장감 넘치게 살인사건이 벌어지다가 범인이 먼저 노출되고, 탐정이 사건현장을 살펴보며 혼잣말로 트릭을 알려주고, 그리고 나서야 사람들을 모아서 꾸역꾸역 이미 알고 있는 범인과 트릭을 다시 설명한 다음 마지막으로 동기를 말해주는 그런 느낌. 조용히 떡밥만 뿌리고 나중에 한 번에 몰아서 터뜨렸어야지.

평가를 그렇게 박하게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추천할만한 거리는 못 된다. 넷플릭스에서도 고화질 영상을 못 구했는지 480p수준의 저화질은 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설정이 매력적이라 안 보고는 못 배기겠다면, 까짓거 90분쯤 타임킬링하기엔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격리당한 채 서서히 죽어가며 생존자들을 살리려 분투하는 조종사. 배우 이름은 CCH 파운더. 스크린샷으로는 특수효과나 분장이 얼마나 구린지 잘 전해지지 않지만,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화질과 화면비율에서 벌써 똥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여담으로 배우 CCH 파운더는 최신작 <고질라2 : 킹 오브 몬스터즈>에도 출연했다. 새삼스럽지만 영화 한 편에서 나오는 수십-수백명의 배우 중 우리가 이름을 아는 배우는 끽해야 몇 명뿐. 수없이 많은 단역배우들은 어디서 데뷔하고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세상사 정말 부질없다.)


2019년 4월 23일 화요일

지친다 지쳐 - <변태 형무소 24시> (???년작, oneone1)


오르가즘의 끝에 또 다음 단계의 오르가즘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주인공이 변태 형무소에 끌려가 24시간 내내 섹스만 한다는 내용의 게임.

정말 아무런 포인트 없이 섹스신만 반복된다. 보는 내가 다 지치는 정도. <다크 엘프 히스토리아>등 그럭저럭 괜찮은 야겜들을 내보내던 oneone1의 게임들 중 단연코 가장 구린 게임일 듯. 수없이 많은 섹스신은 그 어떤 종류의 패티쉬도 건드리지 못한 채 의미없이 소모된다.

여담으로 여주인공이 단 한번도 옷을 입지를 않는다. 워낙 노골적인 일러스트 뿐이라 어쩔 수 없이 스탠딩 일러스트에 주요부위를 전부 태극기로 가려봤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필요하다면 전체주의의 신봉자라도 자처할테니 제발 음란물 유포죄로 걸고 넘어지지 말아주세요.



몬스터 무스메를 넘어 순수 몬스터의 세계로 - <남자아이를 위한 촉수도감> (????년작, 동인게임)


이상성욕 계열 불후의 명작인 <몬무스 퀘스트>를 만들었던 팀이, <몬무스 퀘스트 패러독스>의 완결을 미루고 발매한 작품. 몬무퀘가 인간형이 섞인 몬스터들과의 질펀한 섹스트립을 다뤘다면, 이 게임은 순수하게 괴물들과의 성매매가 메인이다.

하지만, 몬스터와의 섹스가 꼴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몬스터들의 성(性)문화에 혼입되어보는 그 이질감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몬스터의 식생 설정부터 플레이어들에게 설명되어야 한다. 몬무퀘는 이런 면에서 탁월했다. 인간이 여왕개미를 납치해서 일개미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상황, 탈출해서 당장 알을 낳아야 하는 여왕개미에게 납치된 주인공. 군대 양성을 위해 난핵에 직접 수정시킬 남성을 찾는 천사 등등. 하지만 <남자아이를 위한 촉수도감>의 몬스터들은 단순히 이들을 통해 성매매를 한다는 설정이고, 그 어떤 드라마도 성립되지 않으니 결국 특이하게 생긴 오나홀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기묘하지만 영화리뷰에서 항상 하던 말을 여기에서도 또 해야 될 것 같다. 크리쳐는 이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만 한다.

입점하면 미모의 여성 점주가 맞아준다. 참고로 얘도 사먹을(?)수 있다.

원하는 오나-홀을 골라보십시오

아동음란물 소지혐의로 기소당하십시오







2019년 4월 21일 일요일

다 좋은데 너무 멀리 갔잖아 - <지구가 끝장나는 날> (2013년작, 에드거 라이트 감독/ 닉 프로스트, 사이먼 페그 주연)


왕년에 잘 나가는 날라리였던 사이먼 페그는 현재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 수감되어있는 중. 매일 과거만을 그리워하던 그는 기어코 병원을 탈출하여 그 시절의 친구들을 모아 고향의 술집으로 향하는데...

인생에서 완전히 실패한 채, 남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아주 작은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정말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나도 아마 이런 기질이 심한 편에 속할 듯하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잘 나가던 시절조차 없긴 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에 놓고 온 뭔가가 영원히 발목을 잡고 있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 그런 기분에 많이 공감한다.

매력적인 설정이고, 따라온 친구들이 전부 시큰둥해하는 중에 홀로 신난 사이먼 페그의 궤변들도 우스우면서 씁쓸한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그리고 적당한 타이밍에 갑자기 외계 안드로이드가 등장하고 SF스릴러가 혼입되는 전개는 더더욱 신난다. 어차피 과거에 매달려있을 뿐인 인생, 괴기스럽더라도 마지막은 특별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구멸망을 바라는 방구석 루저들의 공통된 로망 아닐까.

다만 영화의 후반부는 나같은 찐따들의 바램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기파괴적 망상의 결과물일 줄 알았던 각본이 갑자기 왕도적인 인본주의 이야기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마지막 외계인과의 설전은 솔직히 말해서 김이 확 샌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말은 말 그대로 너무 멀리 가버려서 완전히 수습불가능의 상황. 영화의 전반적인 주제의식이나 뉘앙스가 망가진다는 느낌이 크다.

한창 중2병이 도졌던 어린 시절, 인생의 유일한 낙이 영화였던 때가 있었다. 길을 가다가 동시상영관 포스터를 보면서 어차피 죽을 인생이면 기대작이 없는 공백기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비디오 가게에서 신작 비디오 안내지를 나눠줄 때, 그것들을 하나하나 체크해가며 요 때 죽으면 미련이 없겠다고 홀로 망상질을 했던 기억이 난다. 찐따새끼는 중2병에 걸려도 찐따새끼였던 모양이다. 사실 난 내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무서워서 못 죽을 게 뻔하니까.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

**액션 씬이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는 장점을 언급하기 않았기에 급히 추가한다. 평범한 40대 중년들의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는 합맞춤을 본 시리즈 류의 핸드헬드나 짧은 컷편집 없이 긴 테이크로 가져가면서도 타격감과 긴박감이 살아있다. 감히 굉장히 가치가 높은 장면들이라고 단언한다.


2019년 4월 20일 토요일

골때리는 쌈마이 - <로그 온 배틀그라운드> (찰스 바커 감독/ 모피드 클락 주연)



신제품 가상현실 슈트 게임의 테스트 플레이에 당첨되어 의문의 빌딩에 모인 주인공들. 하지만 입은 슈트는 자력으로 벗는 게 불가능하고, 빌딩에서 나가는 문도 막힌 채로 플레이가 강제되고, 게임 내에서 피해를 받으면 슈트가 실제로 통증을 전달, 나아가서는 착용자를 죽이기까지 한다. 주인공들은 모든 미션을 클리어하고 빌딩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엄청나게 적은 등장인물, 엄청나게 한정된 공간, 엄청나게 싼티나는 그래픽, 엄청나게 유치찬란한 대사들. 다른 장르의 영화였다면 10분만에 꺼버렸겠지만, 이런 영화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영화는 자기가 대단한 드라마도, 일촉즉발의 긴장감도, 짜임새있는 복선과 반전 비슷한 무언가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깔끔하게 이 모든 것을 포기한다. 목버스터 영화를 보는 느낌. 어이가 없을 정도의 쌈마이함에 실소가 터지는데 이게 영화 내내 계속되니 의외로 재밌다. 개쌈마이 하면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 황금시각 막장드라마들을 보는 아지매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리라.

퀄리티와는 별개로, 싼티로 승부보는 영화의 기본적인 예의는 갖췄다는 건 인정해줄 만한 포인트. 쓸데없는 설정놀음이나 캐릭터 드라마놀음에 진짜 '좆도 관심없다'. 시작 1분만에 메세지를 받은 주인공들이 테스트 빌딩에 모이고, 슈트를 입으니 웬 npc흑인 교관이 튀어나와 바로 게임을 진행시켜버린다. 근데 교관으로 등장하는 흑인 배우의 어설픈 연기에 벌써부터 웃기기 시작함. 진짜 병신같은 영화다. 이런 거 좋아하면 한 번쯤 봐둘만도.

솔직히 난 처음 주인공들 만나는데 걔중에 웬 버락 오바마가 섞여 있어서, 그때부터 쪼개면서 봤다.


바로 이 사람. 파커 소이어스라는 배우이고, 영화 끝나고 찾아보니 <사우스사이드 위드 유>라는 영화에서 진짜 버락 오바마로 연기했었다. 한참을 쳐웃었네. 왜냐면 이친구 게임 시작하자마자 총맞고 바로 뒤지거든.

연쇄살인 시트콤 - <해피 데스데이 2 유> (2019년작,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 제시카 로테 주연)


전작에서 똑같은 날을 반복하며 계속 살해당하다 겨우 탈출했던 주인공은 우연찮게 또 루프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저번 루프 당시와 무언가 조금 다르다.

공포물보다는 코미디의 성향이 강하다. 대학생들이 졸업논문용으로 만든 기계가 타임루프를 일으키면서 사건이 꼬이는데, 시트콤 빅뱅이론에 살인사건을 버무린 느낌. 그렇다고 <데드 얼라이브>마냥 황당한 잔인성을 앞세운 코미디는 아니다. 같은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로 비교하자면 <프라이트너>쪽에 가깝다고 하겠다. 전적으로 무게중심이 청춘시트콤 적인 코미디에 쏠려있다는 것. 호러코미디 장르 팬이라면 이 점을 기억해놓고 관람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타임루프를 활용한 스릴러요소나 공포물의 긴장감은 바라지 말자.

가볍게 100분정도 뚝딱 보고 깔깔 웃고 치울 수 있는, 수작 킬링타임 영화.


(루프 때문에 하루의 끝에 괴한에게 살해당하고 다음날 다시 같은 하루를 반복하게 된 여주인공이, 살해당하기보단 자살로 하루를 마감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눈꼴신 커플의 애정행각 현장 위에서 투신하는 장면. 보다시피 굉장히 담백하게 고어한 요소를 빼고 연출되었다. 피 한방울 안 튀는 것이 보이는가?)

2019년 4월 15일 월요일

노인의 횡설수설 - <써스펙트> (2001년작, 숀 펜 감독/ 잭 니콜슨 주연)


여아살해사건을 눈앞에 두고 은퇴한 주인공. 곧 살인사건은 해결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은퇴 후에도 나름대로 범인을 쫓는다. 그런데...

제목으로 달아놓은 그대로, 영화는 노인의 횡설수설을 스크린에 옮겨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잭 니콜슨은 영화 내내 술에 만취한 듯이 연기하고, 주인공의 행동에도 일관성이 없다. 영화 자체도 횡설수설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은퇴 후에도 범인을 쫓는 주인공은 중반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집 근처 종업원과 연애를 하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종업원의 딸을 미끼삼아 다시 범인을 낚으려 든다.

원제인 PLEDGE는 서약이라는 뜻이다. 아마 은퇴 직전 피해자의 부모에게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약속했기에 사건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주인공을 표현하려 한 듯. 한국인에게 익숙치 않은 단어라서 '써스펙트'라고 제목을 바꿨지만, 덕분에 제목을 검색해도 유주얼 서스펙트 정보만 한가득 튀어나온다.

스릴러적인 긴장감도 없다. 은퇴한 형사가 무엇을 하겠는가. 어느 정도 특정된 게 범인의 차량 모델과 범행지역 정도뿐이니, 퇴직금을 쏟아서 범행지역 내 주요도로 중간쯤 주유소를 사서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존버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렇다고 무게감이 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존버하는 동안 머리를 굴려서 범인상을 그려내기보다는 위에 말했듯 식당 종업원이랑 연애질을 하니까.

허무한 결말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일까. 은퇴해서도 형사질 하겠다고 남의 딸 사지에 몰아넣는 주인공을 비난하고 싶었는가? 막가식 수사로 누가 봐도 잘못된 놈 유치장 쑤셔박고 자살까지 하게 만든 경찰들을 비난하고 싶었는가? 하는거라곤 남자한테 동정심 구걸로 얹혀사는 것 뿐인 종업원을 비난하고 싶었는가?

글이 전반적으로 두서가 없다고? 영화가 바로 그렇다. 아마 지금 나처럼 대충 졸릴 때 꾸벅거리면서 적은 시나리오를 다음 날 보니 뭔가 있어보여서 그대로 인맥 동원하여 찍은 영화일 듯.

JAM

2019년 4월 14일 일요일

B급의 허술함에 A급 자본을 - <메가로돈> (2018년작, 존 터틀타웁 감독/ 제이슨 스타뎀, 리빙빙 주연)


사실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은 극저온의 가스층이었고, 실제론 그 아래에 가스층 위의 생태계와 완전히 분리된 공간이 따로 존재했다는 설정. 그리고 그 곳을 조사하려 잠수한 조사단은 미지의 생물에게 공격받는데, 그것은 이미 멸종했다고 알려진 메갈로돈이었고 탈출하는 조사단을 추격해 근해로 올라오게 된다.

굉장히 혹평을 받은 영화고, 실제로 그럴 만 하긴 한데, 뒷맛이 굉장히 찝찝하다. 나름대로 탄탄한 설정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했고, 영화 내에서도 그럭저럭 당위성을 잡으려 시도했는데 그걸 중간에서 누군가 전부 잘라내버린 느낌? 분명히 제작사 측에서 뭔가 지랄을 벌였음에 틀림없다. 

예를 들면, 극 초반 고래소리에 대한 내용은 후반까지 이어지는 복선이지만, 단 두 마디만 언급되고 넘어가는 바람에 복선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다. 제이슨 스테덤이 괴생물체가 메갈로돈임을 확신하는 장면에서도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이 삭제되어 있다. 현생 상어들의 습성을 메갈로돈에 대입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상어의 습성과 메갈로돈에 대한 고찰은 싹 삭제되고 무대뽀로 작전을 실행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기묘하게 인간에게 집착하는 메갈로돈에게 의문을 품지만, 그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은 통째로 날아가버렸다. 이러니 관객이 영화를 따라갈 수가 있나? 모르긴 몰라도 윗대가리가 여름 괴수영화면 시원하게 물고 뜯고 부수는 장면만 넣으면 됐지 골아픈 설정이야기는 왜 씨부리냐며 편집부 뚝배기를 깨버렸을 것. 진짜 분명함. 장담 가능.

설정만큼은 정말 매혹적이었는데, 꽤 아쉬운 영화. 하지만 어디까지나 투입된 자본에 비해 아쉽다는 것이지, 킬링타임용으론 충분한 퀄리티였다. 머리를 비우고 하루 종일 대형 상어에게 쫓겨다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않고 선택해도 좋다. 아아, 쫓기는 사람이 그 제이슨 스타뎀인데 긴박감 같은 건 기대하지 말고, 눈요기 액션물 정도로 생각하시라.

(사실 메갈로돈보다 더 매력적이었던 거대 심해오징어. 속편이 소설 속편 스토리가 아니라 마리아나 해구 지하공간을 탐험하는 내용이었으면...)


(영화보다 포스터가 더 잘 뽑혔다. 몽환적이면서 공포스러운 저 느낌은 어지간해선 나오기 힘든데. 아주 기가 막히게 그려놨구만. 아카데미 포스터상이 있다면 메갈로돈이 받았을 것)

(스타뎀 형님의 육체미도 여전하시다. 한창 B급 영화 찍으면서 살이 좀 붙었었던 느낌인데, A급 영화 출연한다고 나름대로 관리를 좀 했던 모양.)


여담으로, 감독 존 터틀타웁은 <내셔널 트레져>시리즈로 유명하고, 꽤 예전부터 헐리웃에서 활동해온 잔뼈 굵은 상업영화 감독이다. 열대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이 동계올림픽에 도전한다는 <쿨 러닝>같은 영화도 아마 들어본 사람이 꽤 있을 듯. 이제 니콜라스 케이지를 데리고 <내셔널 트레져3>도 진행중이라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라 상당히 기대된다. 



360도를 돌아버렸네 - <좀비 랜드> (2009년작, 루번 플라이셔 감독/ 제시 아이젠버그, 우디 해럴슨 주연)


좀비 사태 속 각자의 목적을 안고 목적지로 향하던 4명의 주인공들이 만나 같이 이동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로드무비.

워낙 유명한 영화라 길게 말할 것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호. 영화는 기존 좀비영화들의 공식을 피해가려고 노력하지만, 돌고 돌아 또 다른 진부함의 어딘가로 안착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처럼 기똥찬 전개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끝내주게 웃기지도 않으며, 블랙코미디로서 씁슬함을 자아내지도 못한다. 물론 좀비물로서의 긴장감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고.

명배우들인 만큼 연기는 나쁘지 않다. 좀비 일상물(?)을 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관람한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찮을 것. 그리고 엠마 스톤이 예쁘다.

여담으로 감독 루번 플라이셔는 B급 영화들로 시작해서 근래에 <베놈>을 찍었다만, 평가는 영... 그래도 흥행 성적이 좋다고 하니 감독 본인으로서는 날아오른 셈이겠지. 19년에 캐스팅들을 유지한 채로 좀비랜드2가 나온다 하니 기대할 사람은 기대하시라. 난 역시 시큰둥하다.

시큰-둥

2019년 4월 13일 토요일

그 정도까진 아님 - <스텔스> (2005년작, 롭 코헨 감독/ 조쉬 루카스, 제이미 폭스 주연)


3인조 스텔스 비행팀인 주인공들은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 스텔스기 'EDI', 통칭 에디와 두 번의 시험임무 수행을 명령받는다. 하지만 첫 번째 시험임무에서 무엇인가를 습득한 에디는 두 번째 임무에서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1억 4천만 달러를 퍼부어서 반값도 못 챙긴 망작. 엄청나게 혹평을 들었다는데, 뭐 그럴 만은 하다.

첫째로 영화가 일관성이 없다. 2시간의 분량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최소한 집중할 수 있는 하나의 플롯을 가지고 있었어야 했다. 무슨 말이냐면, 에디의 고장으로 인간 vs 인공지능의 낙장불입 맞다이가 영화의 메인스트림이 아니라는 것. 에디는 폭주하면서 주인공 비행팀을 위기에 몰아넣는 듯 하다가 곧 붙잡혀 돌아오고, 또 다른 음모가 진행되는 것이다. 영화는 에디의 고장과 이어지는 음모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고 중간에 맥이 끊긴다.

둘째로, 고찰이 없다. 전투기 추격전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아마 밀리터리 씹덕이 아닐 대다수의 관객에게 추격전의 기본적인 룰을 설명해주고 이 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긴장감을 조성해야 했다. 상대가 인공지능 전투기이니만큼 사람은 할 수 없는 전투기 조종술들을 선보이면서 위기상황을 조성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영화는 그런 설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덕분에 상당수의 장면들이 때깔만 좋을 뿐 영 밋밋하다.

마지막은 스케일의 문제. 영화 속 인물들의 위치관계 등이 타이트하게 보여지지 않다 보니, 지금 저 캐릭터가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식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지 같은 정보가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주인공들 중 하나는 북한에 불시착해서 군사분계선을 통해 남한 쪽으로 탈출하는데, 주인공이 격추당한 위치, 불시착한 위치, 그래서 분계선까지 어떤 식으로 도달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가 전부 생략되니 누가 보면 북한 직경이 대충 20km안팎인 걸로 착각할 듯. 이런 문제는 영화가 허황되어보이게 함으로써 역시 긴장감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우리 에디쟝 얼굴이나 보고 가자. HAL보다 귀여움.)

그래도 인터넷 상의 혹평만큼 나쁜 영화는 아니었다. 그럭저럭 킬링타임용으로 볼만한 액션물이었다고 생각함. 사실 첫 번째로 지적한 일관성 문제만 해결했다면 취향에 따라 추천할만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일단 잡설이 거의 없다. 시작부터 주인공들이 신나게 훈련용 타겟들을 폭파시키며, 그 훈련 후 돌아와선 바로 에디와의 합류를 지시받고 첫 번째 작전으로 넘어간다. 이 얼마나 근본있는 전개인가. 다음으로는 근래 보기 드문 시-뻘건 폭파씬들. 당시 그래픽의 한계인지 전투기들이 터지는 부분은 좀 작붕(?)이 있지만, 그 외의 장면들에서 보여주는 아날로그한 불꽃의 모습은 충분히 제 값을 한다. 최소한의 세트장만 냅두고 전부 그린스크린으로 CG처리해버리는 작금의 영화들은 뭐가 부서져도 예전만큼의 카타르시스가 없단 말이지. 아아 구식의 가치란!





(영화 내내 이런 장면들이 산재해 있으니 취향이라면 직접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것은 영화에서 제이미 폭스가 거의 일회용 쩌리취급이라는 점. 이사람 그때 <콜래트럴>이나 <레이> 흥행시키면서 거의 리즈시절이었을텐데 어째서일까. 뭐 영화 계약을 앞의 두 작품보다 먼저 했겠지 싶지만서도 웃긴 건 웃긴 거다. 이후 <모범시민>이나 <화이트 하우스 다운>등 나오는 액션영화마다 평가가 영 구리구리하더니 요즘은 <스폰>의 주연으로 예정되어 있으시다고. 

감독 롭 코헨은 실베스터 스탤론의 <데이라잇>, <미이라3>, <트리플 엑스>, <분노의 질주1>등을 찍었던 사람이다. 내공은 있지만 각본 고르는 솜씨는 부족한 듯? 특히 이 영화 다음 작품인 <미이라3>의 평가까지 바닥을 치면서 요즘은 비디오영화 시장으로 밀려난 듯하다. 조금 안타깝네. 이런 구닥다리 티 풀풀 나는 영상이 난 좋은데.




2019년 4월 7일 일요일

2와 3사이에서 길을 잃다 - <그림 던> (2016년작, Crate Entertainment)


정리할만한 스토리: 없음.

꽤 기대하고 사서 플레이하다 10시간도 채 못채우고 쌌지만 취향 문제가 클 것 같아서 섣불리 개똥쓰레기라고 까지는 못하겠다. 그러니 기억에 남는 점 정도만 나열해보자.

1. 스토리



이걸 읽으라고? 보는것만으로 시력 떨어지는게 초단위로 체감되는 수준이지만, 그걸 감내하고 텍스트를 읽어도 도무지 흥미로운 내용이 없다. 이봐! 네가 정말 여기에 정착하고 싶다면 그 성의로 저기 갱단 좀 처리하고 와봐. 처리 끝났어? 그러면 저기 벌레들 좀 처리하고 와봐. 반복. 반복. 



2. 전투





게임이 엑트보스 없는 디아블로2 느낌으로 디자인되어있어서, 보스몹이라곤 길가다 만나는 네임드몹밖에 없는데 얘들이 여간 심심한게 아니다. 화면은 신나게 흔들리는데 지금 내가 무엇을 세게 맞고 있는지, 무엇으로 세게 때리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음. 가끔 디아블로3 이 가시성 없다고 까이는 걸 봤는데, 똥3은 엄청 직관적으로 아픈 공격 안 아픈 공격이 눈에 보이고, 실제로 그걸 다 피하면서 플레이한다. 그러니 최소한 그림 던은 전투가시성 면에서 똥삼보다 몇 수는 아래라는 것. 심지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가시성조차 떨어지니 무슨 생두부 씹는것마냥 밍밍하다. 마지막으로 이동기가 없어서 몹과 몹 사이를 시원하게 누빌 수도 없음. 



3. 시스템

(다양한 스킬트리)

(스킬에 추가효과 붙이는 별자리 시스템)

(아이템 드랍 시 표시물품 선택. 폐지줍기겜에선 엄청 도움됨)


다행히도 시스템만큼은 나쁘지 않다. 길지 않은 시간을 플레이했음에도 캐릭터를 이리저리 가지고 노는 맛은 쏠쏠했음. 다만 문제는 디아블로처럼 특정 아이템을 먹으면 확 강해지는 구간이 없다 보니 육성이 상당히 지루하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아이템들 비교해서 먹고 조금씩 세지는 느낌이랄까. 똥삼은 시즌여정 하나 깰때마다 캐릭터 자체가 바뀌고, 디아2도 초반에 통찰이라도 하나 만들었다 치면 캐릭터가 확 날아다니기 시작하는데. 뭐 덕분에 캐릭터 육성이 몇 개의 트리로 고정되는 현상은 없는 듯 한데, 이거 장점인지 단점인지...?



4. 그래픽



진짜 일말의 간지도 찾아볼 수 없는 그래픽디자인. 양키감성이네 뭐네 다 좋은데 굳이 이런 식이어야 했을까? 마치 깡통을 뒤집어쓰고 목마에 앉아서 기사놀이랍시고 삐걱대는 돈키호테가 된 기분이었다. 와! 풍차다! 돌격! 생각해보면 위에 언급한 것처럼, 이 게임의 몬스터는 진짜 길에 서 있는 풍차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혹시 RPG게임에 빠져서 가상현실과 싸우며 헛짓이나 하는 우리에게 통렬한 일침이라도 날릴 작정이었나. 


이상, 정리하자면 디아블로2와 3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똥겜. 끗.



요즘 것들은 제대로 된 게 없어 - <불가사리2> (1996년작, S.S윌슨 감독/ 마이클 그로스, 프레드 워드 주연)


땅 속을 기어다니는 식인벌레 그래보이드가 맥시코에서 또 다시 출몰한다. 그런데, 이번엔 그들의 식생이 진행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데...

어릴 적 추억의 명작. 그냥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기에 다시 봤다. 사실 아직 보지 못한 영화도 엄청나게 많은데 본 영화를 또 보는 건 그다지 내키는 일이 아니지만, 작금의 공포영화들을 보다 보면 옛날 것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크리쳐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 어떤 컨셉의 크리쳐도 마찬가지다. 미지(未知)의 공포? 그것 역시 크리쳐에게 부여된 구체성에서 기인한다. 에일리언을 보라. 지금은 리들리 스콧이 죽을 쑤고 있지만, 미지의 공포를 자극하는 부류 중 가장 유명한 크리쳐일 것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구체적인 배경설정을 깔고 있다. 스페이스 자키, 페이스 허거, 산성 피, 유충의 부화과정... 미지에서 오는 공포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를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나열된 구체적인 정보로부터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때'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크리쳐는 인간과 원초적인 머리싸움을 해야 한다. 에일리언은 솔직하게 말하면 그런 게 좀 부족했다. 에일리언의 행동원리는 아직도 영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인간은 언제나 한정된 자원으로 에일리언과 대적해야 하는데, 에일리언 시리즈들은 거의 에일리언의 다른 면에만 집중한다. 개인적으로 에일리언 시리즈는 에일리언이라는 크리쳐를 창조했을 뿐, 각각의 영화는 그렇게까지 고평가될 물건은 아니라고 본다. 막말로 에일리언 후속작들이 에일리언이 아닌 다른 크리쳐를 쓰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걸작들로 남았을까...? 영화는 크리쳐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상대가 적외선 탐지기를 쓴다는 것을 알고 온 몸에 진흙을 칠했다. 커트 러셀은 외계 괴물이 개체가 아닌 조직 단위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의 피를 뽑아 불로 지진다. 이 머리싸움에 어느 정도 집중할 것인가는 영화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괴물은 생각 없이 인간에게 들이박고, 인간 역시 생각없이 찌르고 쏘고 터뜨려서 괴물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요즘은 크리쳐 영화가 거의 없을뿐더러, 간간이 나오는 영화를 봐도 크리쳐를 단순히 소모품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을 좀 그로테스크하게 바꿔놨을 뿐이며, 아무런 구체적 설정도, 인간과의 머리싸움도 보이지 않는다. 아쉬울 따름이다.

(도망치는 그래보이드를 비추는 진동탐지기, 어째서인지 주인공들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매복)



(주인공의 차량 파괴. 이제 망가진 차에서 벗어날 궁리를 해야 한다.)

(한참 뒤, 땅 위를 걷는 그래보이드 2형태들을 피해 지붕으로 올라간 주인공들)

(하지만, 크리쳐들도 곧 해법을 찾고, 주인공들은 다시 머리를 굴려야 한다.)


여담이지만, 마이클 그로스와 프레드 워드의 연기력은 영 꽝이다. 아무래도 컷에 시간을 들일 수 없는 저예산 영화의 피할 수 없는 단점인 듯. 전작은 좀 나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전작에 비해 돈을 훨씬 덜 쓴 영화니까. 

1편의 감독 론 언더우드와 2편의 감독 S.S윌슨 감독은 이 이후로도 불가사리 시리즈를 이어가지만 나는 3편까지밖에 못 봤다. 4편은 영화채널에서 해준 걸 봤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에 없고, 5편 아프리카 편과 6편 북극 편은 볼 기회가 없었음. 언젠가 보고 여기에 일기처럼 리뷰를 적을 날이 오면 좋겠네. 전반적으로 더 쫄깃했던 1편의 감독 론 언더우드는 그나마 TV드라마라도 연출한 듯하나, 2편 감독 S.S.윌슨은 각본가로 전전하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의 각본도 적었던데, 개인적으로 참 개성적인 각본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평가가 구렸으니 뭐. 

아아, 제발. 크리쳐의 시대가 한 번은 더 돌아왔으면 좋겠어...






신규 쓰레기

노스텔지어, 그보다는 조금 더. - <에보랜드2>(2015년작, 시로게임즈)

모종의 미래기관에서 파견된 주인공,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채 여주인공의 집에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는데... 양키들이 jrpg감성을 따라하면 똥겜이 나온다. 차별이네 뭐네 하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회로 자체가 다른 게 맞다....

쓰레기들